위궤양에도 효과
그러고는 곧 칼을 들어 자신의 팔에 크게 상처를 낸 후 가루약을 꺼내 일부를 먹고 일부는 상처에 뿌렸다. 그러자 곧 출혈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었다.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모두 놀랐다.
실제로 삼칠은 파종으로부터 수확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. 약효도 3~7년 된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.
‘본초강목’ 등 고전의서에 나오는 삼칠의 효능은 출혈을 멈추는 지혈(止血), 어혈을 흩뜨리는 산혈(散血), 종기와 부은 상처를 삭히는 소종(消腫) 및 통증을 가라앉히는 정통(定痛)이다.
우선 삼칠은 지혈효과가 뛰어나다. 신체 내외의 모든 출혈증상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인다. 또 지혈 후에도 어혈이 생기지 않게 한다. 지혈을 하면서도 산혈, 곧 활혈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.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, 삼칠의 돋보이는 효능이다. 지혈과 산혈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아직까지 현대의학도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. 그래서 혈전이 두려워 지혈제를 쓸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. 이때 삼칠근은 너무도 긴요한 약물이 된다.
타박상이나 골절, 도검(刀劍)상에 내복하거나 외용해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. 즉 칼이나 흉기에 찔려 출혈이 그치지 않을 때 삼칠근 가루를 환부에 뿌리거나 내복하면 곧 지혈이 된다. 과거 전장에 나가서 도검에 베여 부상한 병사들에게 삼칠근은 아닌 게 아니라 금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약일 수밖에 없었다. 앞서 언급한 운남백약은 삼칠에 다른 약물을 더 넣어 이런 효능을 극대화한 것이다.
위장이나 십이지장의 궤양으로 인한 토혈과 출혈, 대장출혈, 여성의 붕루(자궁출혈), 산후의 지속적인 출혈에도 당연히 효과가 크다.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옹종(몸의 안팎에서 피부나 장기가 곪고 붓는 증상)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에도 삼칠근의 가루를 환부에 도포하면 곧 낫는다. 가히 혈병(血病)의 성약(聖藥)이라 할 만하다.
최근의 삼칠근 연구 성과를 보자. 일본이나 중국에선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보조치료제로 쓴다. 삼칠근 가루를 2~4g씩 하루 2~3차례 복용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. 삼칠근에는 플라보노이드글리코시드라는 성분이 있어서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크게 증가시켜 동맥압을 떨어뜨리며, 심근의 산소소비량을 감소시켜 심교통과 협심증을 치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.
또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혈압을 떨어뜨리며 저혈압을 정상화한다. 만성간염과 간경화에도 효과가 있어서 GOT, GPT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도 보고된다. 만성C형 간염에도 두드러진 개선효과가 있다.
삼칠근의 효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뇌혈관의 출혈을 멎게 한다는 것이다. 뇌출혈에 의한 반신불수를 흔히 중풍이라고 한다. 뇌출혈이 생기면 치료가 됐다고 해도 그 삶의 질은 거의 결딴난다. 수족을 못쓰고 질질 끌고 다니거나 자리에 드러누운 채 영영 사람구실을 못하게 된다. 한 번 뇌출혈이 생기면 재차, 삼차 내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많다. 삼칠근은 뇌혈관의 출혈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뇌혈관 파열 후 혈액순환장애를 개선하고 혈압을 떨어뜨려 뇌혈관이 다시 터지지 않도록 한다. 몸이 마비가 된 경우에도 삼칠근을 복용하면 뇌의 혈액순환이 개선되므로 회복이 현저히 빨라진다.
얼마 전 정치인 김근태 씨가 뇌정맥혈전증 치료를 받다가 치료 도중 뇌출혈이 생겨 사망했다. 혹시 이 삼칠근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.
한국에서도 어렵게 재배 성공
이시진의 본초강목에 오가피나무과의 삼칠과는 전혀 다른 삼칠을 기술한 대목이 나온다. 요즘 말하는 ‘국삼칠(菊三七)’이다. 이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. “또 한 종의 삼칠이 있는데 잎사귀가 국화와 쑥의 그것을 닮았고, 늦여름에 노란꽃이 핀다. 꽃이 금실처럼 생겨 완상할 만하다. 줄기가 1~2m 정도 크게 자라고 뿌리도 우엉뿌리처럼 크다. 예의 삼칠과 그 효능이 같아서 금창절상(金瘡折傷)과 출혈 및 상하(上下)의 혈병을 치료한다.”
국삼칠은 국화과에 속하는, 삼칠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. 그러나 약효는 삼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. 그래서 이시진도 이를 삼칠로 분류했다. 최근에 와서 오가피과의 삼칠과 구별하기 위해 국삼칠이라고 하고 있다. 이 국삼칠의 재배에 성공한 이가 국내에 한 분 있다. 경북 영주에 사는 이병규 씨다. 10여 년 전 중국에서 우연히 삼칠의 효능에 눈을 떠 그때부터 국삼칠 재배에 도전했는데,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기 어려워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다 최근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. 아직까진 뿌리를 약재로 내다팔 정도는 아니다. 잎과 줄기를 효소화해 차로 만들어내는 정도다. 국삼칠의 잎과 줄기에도 역시 뿌리와 같은 효능이 있어 약재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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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승호 ● 1960년 전남 해남 출생 ● 現 광주 자연마을한의원 원장 ● 前 동아일보 기자·송원대 교수 | |
어쨌든 이 국삼칠도 윈난이나 쓰촨, 구이저우 같은 남방에서 주로 자라는 약초다. 이병규 씨의 국삼칠 재배가 기후와 풍토의 차이를 극복하고 성공한 것을 보면 오가피나무과의 삼칠도 한번 재배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. 무려 1000%나 되는 엄청난 관세를 물고 중국의 삼칠을 수입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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